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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첫 키스만 50번째 (50 First Dates, 2004)

by 東以 2013. 4. 26.

 



첫 키스만 50번째 (50 First Dates, 2004)

 

 

 

 

 

http://cafe.daum.net/osalsa/DLp6/3449?q=%C3%B9%C5%B0%BD%BA%B8%B8%2050%B9%F8%C2%B0&re=1

 

 

그렇고 그런 로맨스 코미디 종류의 저급영화인 줄 알았다.
사실, 몇 년 전에 명절특집으로 이 영화를 TV에서 해줄 때, 얼핏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유치한 화장실 유머를 하는 장면이었고, 천사 같은 드류 베리모어가 그 싸구려 유머에 박장대소하는 순간이었다.
별로겠구나... 하고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우연히 영화를 보게 되었다.
배경이 된 하와이 풍경이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점점... 영화에 몰입하게 되었다.

 

여자에게 실증을 잘 느끼는 살짝 바람기 다분한 헨리는 동물사육사다.
그는 여기저기 방랑하며 떠돌다 배가 고장나 하와이 어느 섬에 잠시 머무는데, 아침을 먹으러 들렀던 식당에서 아름다운 아가씨 루시를 만난다.
연애나 짧게 해볼까 생각한 헨리는 열심히 루시에게 작업을 걸고 환심을 산 헨리는 다음날 루시와 만나기로 한다.
그런데 약속대로 가서 반갑게 인사를 하자마자 루시로부터 치한으로 취급받는다.
루시가 전혀 기억을 못 하는 거다.
알고 보니 루시는 단기 기억상실 환자. 1년 전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후 매일 자고 일어나면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
루시를 사랑하는 루시의 오빠와 아버지는 루시를 위해 매일 과거로 함께 돌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던 터였다.
헨리는 갈등한다. 과연 자신이 바라는 건 어떤 걸까.
헨리는 아마도 처음에는 루시에 대한 연민으로 루시에게 매일 매일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하고 루시의 환심을 사며 루시 곁을 지킨다.

 

처음 몇 번은 루시가 원치않는 방법으로 접근하거나 타이밍이 안 맞아서 환심을 사는 데 실패하게 되는데,
나중엔 루시의 환심을 사는데 도가 튼다.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구애하고 정말 쉽게 그녀와 데이트를 하게 된다.
사랑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

 

바로 이 부분. 영화에서는 본의 아닌 사고로 인해 과거의 기억에 갇히게 된 루시가 매번 새롭게 헨리를 만나게 되고 매일 밤 첫 키스를 하게 되는데
연애란... 그런 모습이 아닐까?
서로 어떤 사람인지 알아 가는 것, 그리고 실수하고 잘못해도 루시처럼 깨끗이 잊어주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것,
왜냐하면, 그의 진심은 오로지 단 하나, 내 마음을 얻고 싶었던 거니까, 방법에 문제가 있었을 뿐이니까 말이다.

 

루시를 치료하던 의사가 이런 말을 한다.
"난 내 아내가 루시처럼 단기 기억상실증이 걸렸으면 할 때가 있어요. 어제만 해도, 내가 말다툼 끝에 장모에게 늙은 술주정뱅이라고 욕을 했는데 그걸 잊어줬으면 좋겠어요."
그 의사는 아내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은 거고, 그 의사는 자신의 지난밤 실수를 아내가 기억하지 못했으면 하는 마음인 거다.
인간이니까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도 할 수 있다. 만회할 기회를 주면 어쩌면 더 훌륭히 잘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연애, 너무 야박하게 하면 안 되는데...

 

집시처럼 바다를 유랑하던 헨리는 이제 거의 모든 인생의 초점을 루시에게 맞춘다.
루시를 위해 매일 이벤트를 하고 매일 사랑을 고백하고 매일 첫 키스를 한다.
가끔은 한침대에서 자다 아침에 일어난 루시에게 치한 취급을 받아도 헨리는 그래도 좋다. 루시를 사랑하니까.
헨리는 매일 아침 혼란에 빠질 루시를 위해 아침마다 루시 머리맡에 비디오테이프를 놓아둔다.
그 비디오테이프에는 왜 루시가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는지, 얼마나 주변 사람들과 가족과 헨리가 루시를 사랑하는지, 그리고 루시의 미소와 행복을 모두가 바라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며칠간 이 일이 반복되고 모든 일이 평화롭게 잘 진행되나 싶었는데 루시는 헨리가 자신을 위해 헨리의 꿈을 버리고 루시 곁에 정착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루시는 자기 때문에 헨리가 고통받는다고 생각하고 자기의 기억과 자신이 기록해둔 모든 것들에서 헨리를 지우고자 한다.
헨리를 놓아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으아... 이 부분에서 마구 눈물이 나오는데 참 가슴이 아팠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더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보내주는 루시의 아픔. 그런데 그건 루시와 이 세상 모든 어리석은 연인들이 자행하는 실수다.
과연 어떤 쪽이 더 행복한가.
괴롭더라도 함께인 쪽이 나은 것인가. 아니면 심장을 도려내고 평생을 고통 속에 가둬두는 쪽이 나은 것인가.

 

모든 것을 잊고 항해를 떠나던 헨리는 루시를 못 잊고 다시 키를 돌린다.
루시를 찾아 루시가 그림을 가르치는 정신병원으로 가서 그녀를 마주한다.
루시는 헨리의 기대와 달리 헨리를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루시의 작업실로 함께 가본 헨리는 루시가 점점 헨리를 기억하고 있다는 자기 생각이 맞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가 누군진 모르지만, 그의 이름이 뭔지 모르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루시의 작업실에는 온통 헨리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가득 차있었다.

 

그때 또 눈물 펑펑 쏟아지고...
가슴 막 따뜻해지고...

 

약간 나이가 든 루시.
또 침대에서 눈 뜨자마자 약간 의아해하며 준비된 비디오테이프를 틀어본다.
자신의 잊혀진 과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으아...
마지막 부분에 루시는 이미 예쁜 딸의 엄마다.
그리고 루시와 루시의 딸. 루시의 아빠는 루시의 남편이 된 헨리의 배에 탄 채 북극해를 순항 중이다.
으아...
그때 흐르는 음악...
Israel Kamakawiwo'Ole - Somewhere Over the Rainbow

 

Israel Kamakawiwo'Ole - Somewhere Over the Rainbow

 

 

음악에 맞춰 또 폭풍 눈물...

 

영화 속에는 가슴 후벼 파는 명대사가 많이 나온다.
그중 지금 딱 떠오르는 건...

 

사랑은 얼마나 오래했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